최근 페이지2북스 출판사가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한정판표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솔직히 베스트셀러 리커버 이벤트 자체는 출판계에서 전혀 새로운 마케팅은 아닙니다. 웬만한 출판사들은 이미 한 번쯤 다 해봤고, 독자 입장에서도 “아, 또 리커버구나” 하고 지나치기 쉽죠. 하지만 이 리커버 마케팅이 눈에 들어온 건, 공모전 조건을 완전히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이에요💸
출판사는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의 요구나 시장 논리, 판매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도 되게끔 했어요. 이미 베스트셀러로 충분히 수익을 냈기에, 이 표지로 책이 꼭 더 팔려야 한다는 부담을 공모 참가자에게 전가하지 않은 거죠😄 그렇게 돈 걱정 없이! 클라이언트 눈치 보지 않고! 이 책에 이런 얼굴을 붙이고 싶다는 감각을 끝까지 밀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출판사가 마치 후원자처럼 보이게 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공모전은, 디자이너가 마음껏 실험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출판사, 창작자의 불안을 이해하는 출판사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호감을 넘어 신뢰로 이어지죠💛 이 신뢰는 결국 다음 협업으로, 더 좋은 창작자 풀로, 더 다양한 시도로 돌아오고요💁🏻♀️ 표지 몇 종을 얻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이 출판사와 한 번쯤 일해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요즘처럼 출판사의 정체성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는, 이런 태도야말로 가장 강력한 브랜딩 자산 아닐까요✨ 나아가 잘 만든 책 한 권을 어떻게 더 길게, 더 다층적으로 독자와 만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출판사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네요👏🏻👏🏻👏🏻
(...) 책 만드는 일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출간일을 맞추기 위해 함께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급한 마음에 서둘러 달려가다 어느새 혼자 달리고 있는 상황을 맞이할 때가 있다. 당황스러워서 주위를 둘러보면 같이 달리던 사람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들을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 그다림은 종종 슬프다. "그 원고는 어떻게 된 건가요?" "출간일이 미뤄진 건가요?"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걸 알기에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질문들을 삼키고, ‘이번 주만 더 기다려보자’며 마음을 누른다. 고기에 찹쌀옷과 튀김옷을 여러 겹 입은 탕수육처럼 에둘러 다른 말과 함께 하고 싶은 말을 슬쩍 전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잊힌 원고를 생각하며 전전긍긍하는 외주 디자이너의 가시밭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고, 그래도 무사히 두 권이나 마감했으니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은 넣어두고 신나게 탕수육을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실 문을 닫고 나왔다. (...)
* 퍼블리랜서는 'publish(출판하다)+freelancer(전속 계약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합성어로, 출판 프리랜서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나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도 '잠재적 프리랜서'이기에, 넓은 의미에서 편집자, 마케터, 북디자이너, 번역가, 저자, 발행인 등 출판인 모두를 '퍼블리랜서'라고 불러요!